어머니의 채소밭 / 신병은
가난했던 시절 어머니의 채소밭은 소박하지만 늘 등 푸른 긍정의 이랑이었다. 작은 개울물을 먹고 자란 고추며 부추며 상추며 우엉이며 호박잎이며 가지며 오이며… 아침 저녁으로 어머니의 채소들은 정성과 애정 속에 자랐었다. 반찬투정을 하는 우리에게 고개를 끄덕이며 알았다고 알았다고 빙그레 웃을 수 있었던 것도 허공에서도 찬거리를 만들 수 있었던 어머니의 푸른 긍정 때문이었다.
괜찮다고
오늘 아침 직장을 잃고 식욕마저 잃어버린 친구에게 어머니의 채소밭으로 가는 길을 일러주었다
시집 <잠깐 조는 사이> 2010. 고요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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