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詩 낭송/시낭송 듣기

가슴을 오래 후벼파는 법 / 김환식 : 낭송 송명진

시인 최주식 2010. 9. 23. 20:20

      가슴을 오래 후벼파는 법 / 김환식 낭송 송명진 속 빈 회나무처럼 서 있었다 갑자기 기억상실증에 걸린 것이다 눈길은 강물위에 꽂혀있고 가슴에는 좁쌀처럼 소름이 뒤덮었다 보낸다는 것은 마음속에 말없이 묻는다는 것이다 강물이 어깨를 들썩였다 돌맹이 하나가 발길을 걷어찼다 허공에는 떠나지 못한 아쉬움들이 회나무 가지만 가만가만 흔드는 것이다 떠나거라 그 강바닥에 모두 두고 떠나거라 우리들의 언약도 바람을 등졌다 나뭇잎들도 덩달아 고개를 돌렸다 보잘 것없는 이유들로 사랑은 떠나는 것이다 가슴에는 그렇게 티눈 하나가 또 박히는 것이다 돌아보니,가시덤불이 길을 막았다 저 가시밭을 당당하게 넘어가기 위해서는 나도 온전한 가시가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온몸에 칭칭 가시넝쿨을 올리고 너로 부터 멀리 아주 멀리 추방당할 준비가 끝났다 아름다운 기억일 수록 오래 가슴을 후벼파는 법 말로만 짧은 이별을 준비한 아침 창틈을 비집은 햇살이 맑은 맨몸으로 서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