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 문삼석
엄만
내가 왜 좋아?
-그냥….
넌 왜
엄마가 좋아?
-그냥….
날 개구쟁이래 / 문삼석
주머니에 손을 넣지 말라고
엄마 늘 야단치시지만,
어느 날 정말 내가
소매만 주머니에 넣고 들어간다면,
아마도 엄만 깜짝 놀라
당장 까무러치기라도 하실 거야!
그리고 눈물을 뚝뚝 떨구시며
애걸복걸하실 거야!
제발 주머니에 손을 넣어도 좋으니
당장 손을 도로 찾아오라고…
눈 내리는 날 / 문삼석
소복이 눈모자 쓴
공중 전화실로
소복이 눈모자 쓴
꼬마가 들어간다.
소복이 눈 내린
거리를 내다보며
소복이 눈 내렸다고
전화하려나 보다
새해 일기장엔 / 문삼석
새해 일기장엔
커다란 햇덩이 하나 먼저 그릴래.
은빛 햇살 하늘 가득 풀어놓고
푸른 산 병풍처럼 빙 둘러칠래.
그 안에 옹기종기
우리 동네 정답게 그리는 거지.
맑은 실개천도 돌돌돌 흐르게 하고
지느러미 고운 물고기도 몇 마리
요리조리, 헤엄치게 그리는 거야.
참, 푸른 바람 한 줄기도 잊지 말고
꿀처럼 달콤하게 그려 넣어야지.
그래, 새해 일기장엔
검정 같은 원색은 빼버리는 거야.
은은하고 부드러운 간색으로,
섞이고 어우러져 따뜻하게 살아나는
그런 색깔로 온통 채우는 거야.
무지개 일곱 빛깔도 좋을 테지.
이제 막 눈 뜨는 어린 새싹들의
연한 연두 빛깔도 괜찮을 거야.
그렇게 부드럽고 따뜻하고 은은한 색깔 속
이젠 우리들의 밝은 모습 그리는 거야.
덧니 하얀 순이의 세모진 얼굴에도
함박 같은 웃음꽃 그려 넣는 거야.
맑고 밝은 웃음색 죄다 끌어 모아
날마다 신나게 칠하는 거야.
그래, 그래.
너와 내가 함께 쓸 새해 일기장엔
햇덩이 같은 웃음색만 칠하는 거야.
바람과 빈병 / 문삼석
바람이
숲 속에 버려진 빈 병을 보았습니다.
'쓸쓸할 거야.'
바람은 함께 놀아 주려고
빈 병속으로 들어갔습니다.
병은
기분이 좋았습니다.
"보오, 보오."
맑은 소리로
휘파람을 불었습니다.
우산 속 / 문삼석
우산 속은
엄마 품 속 같아요.
빗방울들이
들어오고 싶어
두두두두
야단이지요.
지나갔나봐 / 문삼석
검둥이가 지나갔나봐.
신발 한 짝이 나뒹굴고 있어.
바람도 지나갔나봐.
코끝에 아직도 향기가 어려.
5월 어느 날.
책 읽다 깜박 졸고 있을 때
엄마도 몰래 지나가셨나봐.
내 등에 따스한 담요가 덮여 있어.
도토리 모자 / 문삼석
도토리 모자는
벗기면
안 돼.
까까머리
까까머리
놀릴 테니까.
흔들흔들 / 문삼석
지하철에서 엄마가
할머니에게 자리를 내드렸어요
나도 따라
일어섰어요
그러자 흔들흔들
몸이 흔들렸어요
할머니가 웃으며 손을 내미셨지만
난 잡지 않았어요
혼자서도 흔들흔들
넘어지지 않았거든요
흔들흔들 흔들흔들
재미있었거든요.
다리는 / 문삼석
다리는
그냥 길이 아니라 손이라는 걸
알고 있니?
이쪽과
저쪽
오랫동안 떨어져 바라만 보다가
마침내
참지 못하고 달려가
마주잡은 손이야
다시는 떨어지지 않게
서로 서로
단단히 마주잡은 손이야.
장 마 / 문삼석
하늘나라에도
개구쟁이가 있는 거 아냐?
나처럼 우당탕 뛰어가다
물독을 깨뜨린 거 아냐?
비, 비, 비, 비, 비, 비, 비….
도대체 이 비
언제 그치는 거야?
하늘나라 물독들
모조리 깨뜨린 거 아냐?
온몸을 / 문삼석
골목길 코스모스는
바람만 좋아해.
봐!
슬쩍
곁만 스쳐도
-살래살래….
온몸을
흔들어대잖니?
내 예쁜 장화가 / 문삼석
빗방울이
톡톡!
머리도 만져보고
톡톡!
손등도 만져보네.
그렇지만
발가락은 어림없지.
내 예쁜 장화가
-안돼! 하고
지켜주고 있으니까.
신발 / 문삼석
형아 신발도
내 신발보다 크고,
누나 신발도
내 신발보다 크다.
그렇지만
더 작은 신발도 있지.
아빠가 사 온 우리 아가
쬐그맣고 예쁜
헝겊 신발.
조심해 / 문삼석
-사각사각, 사각사각….
조심해.
연필아!
아까부터 지우개가
꼼짝도 않고,
찬찬히 널
지켜보고 있거든.
물속 해 그림자 / 문삼석
오리가 조심조심
다가가고 있는데….
글쎄,
오리녀석,
물 속 해 그림자
사과로 알고
넙적부리로 혹시
쪼라보려는 게 아냐?
우리처럼 바람도 / 문삼석
바람도 달리면
숨차나 봐요.
쉬익쉬익 숨 소리
들리잖아요?
우리처럼 바람도
놀고 싶나봐요.
나뭇잎들 손 잡고
달리잖아요?
웃어요 / 문삼석
아가가 웃어요,
별처럼.
엄말 보고 웃어요,
예쁘게.
엄마도 웃어요,
달처럼.
아갈 보고 웃어요,
환하게.
순이네 까치 / 문삼석
순이네 까치는
참 커요.
순이네 감나무에
집 짓고 살아요.
감이 익을 때면
더 크게 울어요.
깍깍깍깍
시끄럽게 울어요.
개미 / 문삼석
더운 줄도 모르고
일만 하다가,
까맣게 온몸이
타 버렸나 봐.
무건 줄도 모르고
짐만 나르다,
잘룩하게 허리가
휘어 버렸나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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