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두끈을 풀며- 김희정
퇴근하면 먼저 구두를 닦는다
긴장을 늦추지 않은 끈을 다시 풀어 본다
처진 하루를 깨우다
구두보다 빛바랜 내 모습이 있다
하루도 게으름을 피우지 못한 채
구두에 광을 낸다
시간이 흐를수록 구두에 잔주름 앉아
삶의 깊이를 묻지만
나는 구두약으로 덧칠할 뿐이다
굽은 닳고닳아 일상에 적응하고
끈은 첫 직장의 설렘을 잃어버려
더위를 먹었나
구두에 비쳐진 얼굴은 살아온 길처럼
뚜렷한 잔뿌리를 내렸다
그 길에서 집을 잃어버리지는 않을까
이런 생각이 긴장감을 갖도록
나를 채찍질한다
오래 전 이력서 사진을 현상하던 날
사진관 아저씨의 따뜻한 한마디
이력서 사진은 자연스러워야 합니다.
희미한 기억으로 사진에서 숨을 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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