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래지어를 풀고 / 김나영
브래지어 착용이 유방암 발생률을 70% 높인다는
TV를 시청하다가 브래지어 후크를 슬쩍 풀어 헤쳐본다
사랑할 때와 샤워할 때 외엔 풀지 않았던
내 피부 같은 브래지어를
빗장 풀린 가슴으로 오소소― 전해오는
시원함도 잠깐
문 열어놔도 날아가지 못하는
새장 속에 새처럼
빗장 풀린 가슴이 움츠려든다
갑작스런 허전함 앞에 예민해지는 유두
분절된 내 몸의 지경이 당혹스럽다
허전함을 다시 채우자
그때서야 가슴이 경계태세를 푼다
와이어와 후크로 결박해야 비로소 안정을 되찾는
나는 문명이 디자인한 딸이다
내 가슴둘레엔 그 흔적이 문신처럼 박혀있다
세상 수많은 딸들의 브래지어 봉제선 뒤편
늙지 않는 빅브라더가 있다
시집<수작> 2010. 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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