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詩그리고詩/1,000詩필사

브래지어를 풀고 / 김나영

시인 최주식 2011. 1. 16. 15:53

브래지어를 풀고 / 김나영

 

브래지어 착용이 유방암 발생률을 70% 높인다는

TV를 시청하다가 브래지어 후크를 슬쩍 풀어 헤쳐본다

사랑할 때와 샤워할 때 외엔 풀지 않았던

내 피부 같은 브래지어를

 

빗장 풀린 가슴으로 오소소― 전해오는

시원함도 잠깐

문 열어놔도 날아가지 못하는

새장 속에 새처럼

빗장 풀린 가슴이 움츠려든다

갑작스런 허전함 앞에 예민해지는 유두

분절된 내 몸의 지경이 당혹스럽다

 

허전함을 다시 채우자

그때서야 가슴이 경계태세를 푼다

와이어와 후크로 결박해야 비로소 안정을 되찾는

 

나는 문명이 디자인한 딸이다

내 가슴둘레엔 그 흔적이 문신처럼 박혀있다

세상 수많은 딸들의 브래지어 봉제선 뒤편

늙지 않는 빅브라더가 있다

 

시집<수작> 2010. 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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