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숲소리 / 서하
구름이 달을 옆구리 끼고 있는
송광사의 밤은 푸르기만 한데
화엄전 월조헌 뒤뜰 대숲이 애터지게 운다
대숲은 마디마다 바다를 들여놓았나
쓰러질 듯 일어서며
쏴아 쏴아 쏴아
뱉어내는 파도소리에
내 몸이 자꾸 뒤로 쏠린다
탁 풀어놓지 못하고 참았던 울음보따리들
오늘은 모조리 불러내어
며칠 굶은 짐승처럼 퍼지른다
짓물러 짭쪼름한 저 울음은
창망대해 일었다 사라지는 씀벅씀벅한 허기
등 구부린 채 밤새 목탁 치는
스님은 아는지 모르는지
소리 위의 소리, 비릿하다
시집 <아주 작은 아침> 시안.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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