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의 재발견 / 김륭
새봄, 누군가 또 이사를 간다
재개발지구 다닥다닥 붙은 집들이야 코딱지 후비며 고층아파트로 우뚝 서겠지만
개발될 수 없는 가난을 짊어진 양지전파상 金만복 씨도 떠나고
흠흠 낡은 가죽소파 하나 버려져 있다
좀 더 평수 넓은 집을 궁리하던 궁둥이들이 깨진 화분처럼 올려져 있다
자본주의 경제의 작은 밑거름도 될 수 없는 똥 덩어리들
꽃을 먹여 살리는 건 밥이 아니라 똥이어서
공중화장실 물 내리는 소리로 머리띠 동여매고 뭉개진 발자국들이
궁둥이 두들겨 꽃을 뱉어낸 거지
언제부터일까 버리는 것보다 버림받는 것이 죄가 되는 세상
푹신푹신했던 소파가죽 찢어발기고
툭, 튀어나온 스프링
누군가 버림받은 곳에서만
꽃은 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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