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인협회 제25대 이사장 취임사-
정직하지 못한 지식인은 위선자일 뿐이다
정 종 명<한국문인협회 이사장>
우리 한국문협은 회원 1만1천여 명이 참여한 거대 문학단체로 발전했습니다. 퇴직 공무원도 많고, 법률 전문가도 많습니다. 그리고 지역구 국회의원과 손발을 맞출 수 있는 180여 개의 지회ㆍ지부를 갖추고 있습니다. 새롭게 출범하는 문협 집행부는 이들의 다양한 지혜와 역량을 결집하여 한국문협이 나아갈 새로운 방향을 모색할 책임과 사명감을 가져야 하겠습니다.
1. 원고료를 인상하겠습니다. 문협 회원들에게 작품 쓰는 자긍심을 드높이고, 연회비 부담을 다소나마 덜어 드리고자 합니다.
2. 새 문학지 <지역문학>(가제)을 창간하겠습니다. 한국문협에서는 현재 <월간문학>과 <계절문학>을 발행하고 있습니다마는 회원들의 작품 발표 욕구를 충족시키기에는 역부족입니다. <지역문학>은 특히 적잖은 소외감을 갖고 있는 지방 문인들에게 작품 발표 지면을 대폭 할양하고, 장차 전자문학지로 변환하여 회원들의 작품 발표 지면을 무제한으로 확대하겠습니다.
3. 문협 소속 평생교육원을 만들겠습니다. 시인, 작가를 꿈꾸는 작가 지망생들을 상대로 차원 높은 문학강좌를 개설하겠습니다. 기성문인들은 더 좋은 작품을 쓰기 위해 새로운 자세로 공부하고, 문협에 가입하는 신입회원들은 일정 기간의 연수교육을 통해 문인이 갖춰야 할 기본 소양을 터득하는 다양한 교육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4. 한국문협 홈페이지를 대폭 개편해야 합니다. 한국문협 홈페이지를 열면 개개인의 회원 정보는 물론이고, 작고 문인들의 정보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데이터베이스를 대대적으로 구축해야 합니다. 그리고 지회ㆍ지부 홈페이지를 연계하여 중앙문단과 지방문단의 균형발전을 도모해야 합니다.
5. 현재 국회 일각에서 추진되고 있는 ‘메세나법’ 제정에 한국문협이 적극 앞장서야 합니다. 이 법이 제정되면 기업이나 기관이 합법적으로 제공하는 후원금으로 문인창작기금이나 문인복지기금을 마련할 수 있으리라고 기대합니다.
이 밖에도 한국문협에서는 해야 할 과제가 참 많습니다. 소멸 위기에 처한 한국문인협회 60년사를 서둘러 정리해야 합니다. 임원선거 관리규정 등 정비해야 할 제반 행정 규정도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창간호를 내면서 신인당선작을 게재하는 문학지 발간이 허용되는 황당한 문단 풍토를 더 이상 모른 척 방치해서는 안 됩니다. 한국문협에서 시행하고 있는 각종 문학상을 공정하고 투명하게 관리하겠습니다. 젊고 재능 있는 신입회원을 영입해서 보다 젊은 한국문협을 만들어 나가야 할 숙제가 산적해 있습니다.
그리고 차제에 한 마디 짚고 넘어 가겠습니다. 한국문인협회에서 한국문화예술위원회로부터 받는 2011년도 정부 지원금이 얼마인지 아십니까? <월간문학> 제작비 보조금으로 월 300만원씩 1년 동안 3,600만원, 그리고 한국문학심포지엄 지원금 500만원, 도합 4,100만원이 전부입니다.
이명박 정부는 ‘품격 있는 문화국가, 대한민국’이란 큰 틀의 문화정책 목표를 내걸고 출범했습니다. ‘전국 곳곳에서 창작의 열정이 불타게’란 슬로건도 내걸었습니다. 그런 이명박 정부가 한국문인협회에 지원한 1년 지원액이 고작 4,100만원입니다. 저는 이런 사실을 알고 나서 실망감과 분노를 금할 수 없었습니다. 전국 곳곳에서 창작의 열정이 불타기는커녕 모처럼 타오르는 창작의 열정에다 수치심과 모멸감만 안겨 주고도 무엇을 잘못했는지를 알지 못하는 이 정권의 우매한 문학정책 입안자에게 선전(宣傳)을 포고하고 싶습니다. 한국문인협회는 이제 이런 하찮은 푼돈에 연연하지 말아야 합니다. 춥고 배고픈 엄동설한에 내몰려 몸을 떠는 한이 있더라도 문인의 자존감만은 반드시 지켜내야 합니다. 저는 한국문인협회 소속 180여 개 지회․지부를 통해, 문인을 푸대접하는 정권이 국민들로부터 어떤 심판을 받는지를 점진적으로 증명해 보일 생각입니다.
한국문인협회는 이제 달라져야 합니다. 제 임기 중에 반드시 바람직한 모습으로 체질개선을 단행하겠습니다.
정직은 모든 가치의 근원이라고 생각합니다. 정직하지 못한 지식인은 위선자에 지나지 않습니다. 반드시 정직하고 겸손하게, 회원을 높이 섬기는, 낮은 자세를 잃지 않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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