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의 제전-스무 살에게 다시 보내는 편지/이문재
거기 있어라
산수유 개나리 진달래 거기 있어라
꽃이 져도 너를 잊지 안겠다 고 했으나
꽃 진 자리 꽃이 진 자리
목련 벚나무 철쭉 라이락
너 스무 살의 봄날아
죽은 것들은 죽어서 살아 있고
살아 있는 것들은 대체로 죽어 있던 봄날이여
천만 송이 꽃들은 천만 송이 낙화였으니
진처리치며 푸르러지던 숲에서
스무 살은 스무 살을 버리지 못했던 것이구나
거기 꼼짝 말고 있어라
모든 꽃들의 유일한 목표는 착지였으나
꽃 진 자리는 여전히 꽃이 진 자리
서른 번의 봄을 넘어 나 다시 돌아가리라
돌아가 천만 번 움트고 천만 번 수정하리라
거기 있어라 스무 살 봄은 거기 있어라
더 이상 늦기 전에 나 다시 추락해야 하거늘
죽은 것들 완별하게 죽어야 하거늘
산수유 진달래 산벚 철쭉 라일락
그 자리에다 저마다 모두 새 봄이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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