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詩 낭송/낭송하기 좋은 시

봄의 금기사항/신달자

시인 최주식 2011. 4. 2. 23:11

     봄의 금기사항/신달자

 

   봄에는 사랑을 고백하지 마라

   그저 마음 깊은 그 사람과

   나란히 봄들을 바라보아라

 

   멀리는 산 벚꽃들 은근히

   꿈꾸듯 졸음에서 깨어나고

   들녘마다 풀꽃들 소근소근 속삭이며 피어나며

 

   하늘 땅 햇살 바람이

   서로서로 손잡고 도는 봄들에 두 발 내리면

   어느새 사랑은 고백하지 않아도

   꽃 향에 녹아

   사랑은 그의 가슴속으로 스며들리라

 

   사랑하면 봄보다 먼저 온몸에 꽃을 피워내면서

   서로 끌어안지 않고는 못 배기는

   꽃술로 얽히리니

   봄에는 사랑을 고백하지 마라

 

   무겁게 말문을 닫고

   영혼 깊어지는 그 사람과 나란히 서서

   출렁이는 생명의 출항

   파도치는 봄의 들판을

   고요히 바라보기만 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