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부는 질마재/이생진
부안면 선운리 오딧물 드는 마을
질마재
늘어진 밤나무 꽃 그늘에서 개구리는 울고
나는 미당의 시문학관 옥상에 올라가
그분이 오기를 기다리네
끝내 그분은 오지 않고
‘스물세 해 동안 나를 키운 건 팔할이 바람*’ 이라며
‘세상은 가도가도 부끄럽기만 하더라*’던 길
나도 낯설게 걸어가며 그분을 기다리네
끝내 그분은 오지 않고
불어오는 팔할의 바람
이번엔 누구를 키우기 위해
질마재로 모여드는가
<주>미당(未堂):시인 서정주(1915-2000)
*서정주의 시 <자화상>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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