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서/이복규
바람 머물지 않는
사랑 있는가
너에게로 가는 길
흔들림은 종유석(鐘乳石)처럼 울고
눈물은 석순(石筍)으로 자란다
보고 있어도 갈 수 없는 거리
홀로 걸어도 외롭지 않은 길
마음은 바람같은 나무
흔들리며 더 깊이 서고
스스로 끝을 찾아 헤매는
동굴(洞窟)은 바람의 무덤
석주(石柱)에 스미어 기댄다
너에게로
사랑 없이 잠드는
바람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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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들어 이복규 시인이 순수종합문예지나 대중 매체를 통해 발표하는 작품을 보면 할머니가 들려주시는 옛날 이야기에서 느낄법한 풍요로운 언어가 가득하여 따스한 정감을 느낄 수 있다. 또한, 의도적으로 조작된 언어의 시가 아니라 대중적 생활 언어의 작품이어서 쉽게 알아먹을 수가 있다. 난해한 시는 독자를 문학으로부터 소외시키고 독자를 괴롭히는 일인데 이복규 시인의 시를 접한 독자라면 문학과의 거리를 좁힐 수 있을 것이다. 이 지면에 소개되는 작품 <용서>는 마음이 환히 열리는 작품이다. 환히 열리는 것은 바람처럼 흔들리며 더 깊이 서는 하나 하나의 상서로운 기운이다. 그 기운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이 목숨 바쳐 지켜야 할 사랑이요, 용서다. '너에게로 가는 길 / 흔들림은 종유석(鐘乳石)처럼 울고 / 눈물은 석순(石筍)으로 자란다' 처럼 원초적 신비가 가득한 시구들은 시어가 스스로 말을 걸어오는 시적 관조에서 나온 것이다. 이 한 편의 시를 통해서 사람 사는 것이 무엇인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 것인지 생각하고 느끼게 된다. (최주식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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