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詩 낭송/낭송하기 좋은 시

콩나물을 다듬으면서-이향아

시인 최주식 2011. 7. 17. 22:51

콩나물을 다듬으면서-이향아

 

콩나물을 다듬으면서 나는
나란히 사는 법을 배웠다

줄이고 좁혀서 같이 사는 법
물마시고 고개 숙여
맑게 사는 법
콩나물을 다듬다가 나는
어우러지는 적막감을 알았다

함께 살기는 쉬워도
함께 죽기는 어려워
우리들의 그림자는
따로따로 서 있음을

콩나물을 다듬으면서 나는
내가 지니고 있는 쓸데없는 것들
나는 가져서 부자유함을 깨달았다

콩깍지 벗듯 벗어버리고 싶은
물 껍데기뿐,
내 사방에는 물 껍데기뿐이다

콩나물을 다듬다가 나는 비로소
죽지를 펴고 멀어져 가는
그리운 나의 뒷모습을 보았다

<정신과 표현> 7․8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