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나물을 다듬으면서-이향아
콩나물을 다듬으면서 나는
나란히 사는 법을 배웠다
줄이고 좁혀서 같이 사는 법
물마시고 고개 숙여
맑게 사는 법
콩나물을 다듬다가 나는
어우러지는 적막감을 알았다
함께 살기는 쉬워도
함께 죽기는 어려워
우리들의 그림자는
따로따로 서 있음을
콩나물을 다듬으면서 나는
내가 지니고 있는 쓸데없는 것들
나는 가져서 부자유함을 깨달았다
콩깍지 벗듯 벗어버리고 싶은
물 껍데기뿐,
내 사방에는 물 껍데기뿐이다
콩나물을 다듬다가 나는 비로소
죽지를 펴고 멀어져 가는
그리운 나의 뒷모습을 보았다
<정신과 표현> 7․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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