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사랑/송형민
손가락처럼
계절도 처음부터 다섯 개였을지 모른다
시작을 닮은 새싹의 봄과
햇볕을 닮은 따스한 여름
쓸쓸함마저 풍성한 가을
성숙한 하얀 눈의 겨울
그리고 사랑
그러나 사랑에는 이유가 없다
그래서 잊혀졌는지 모른다
여우별마냥
훌쩍 떠나갈 때
계절이었음을 기억할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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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대다수가 따뜻하고 아름다운 사랑시 한 편 쯤 가지고 있을 것이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은 저마다 신비스러운 사랑이 숨어 있어 시인들에게 충만한 시적 에너지가 된다. 이 시는 비유의 참신성과 함께 감각적인 문체가 돋보이고 <시작을 닮은 새싹의 봄과/햇볕을 닮은 따스한 여름/쓸쓸함마저 풍성한 가을/성숙한 하얀 눈의 겨울//그리고 사랑>과 같은 시구는 희망의 언어로서 인간과 자연의 합일된 사랑을 형상화하고 있다. 또한, 무한한 사랑을 하나의 계절적 리듬으로 연결시킨 서정적 발상은 경탄을 자아내게 한다.
<그러나 사랑에는 이유가 없다/그래서 잊혀졌는지 모른다>와 같은 시어에서는 철학적인 분위기와 함께 탄탄한 시적 무게까지 느끼게 하여, 세속적인 관심에서 벗어나 오랜 숙성을 거친 작품임을 알 수 있다. 어느새 시를 찾아 관찰하고 응시하기 좋은 가을이 눈앞에 다가와 있다. 청명한 하늘만큼이나 물소리 바람소리가 깊다. 첫말부터 끝말까지 시적 영감을 직관으로 잡아내는 서정시인 송형민 시인의 사랑을 따라 우리의 머리와 가슴속을 지나는 시를 잡아보자. (최주식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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