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評·컬럼(column)

가는 길/김길언

시인 최주식 2011. 12. 7. 23:15

 

가는 길/김길언


바람의 되어 가는 길

구름이 되어 가는 길

이정표 없는 그 길을

나는 나를 이끌고 나와 같이 가고 있다.


빈 가슴에 생존을 풀어놓고

회한 없는 그 길을 엉키어진 매듭풀며

떨리는 진통의 벽을 허물며

나는 그 길을 걷고 있다.

누더기 진 사랑 남루한 사랑

싹 틔워가며

익는 세월 속에 성숙시키며

나는 그 길을 걷고 있다.

 

염원을 기도하며 내일을 앞에 두고

여물치 못한 내 영혼을 채우며

나는 그 길을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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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길언 시인이 2006년부터 2010년까지 쓴 작품을 모아 엮은 첫 시집 <웡이 자랑>에 수록된 여러 편의 시를 감상한 적이 있다. 그 시를 감상하면서 김길언 시인에게 어떤 좋은 추억이 있었는지, 가족 사랑이나 미래에 대한 희망은 어떠했는지, 어떤 꽃에 마음을 빼앗겼는지 느낄 수 있었는데 인생을 달관한 연륜(年輪)에서 우러나오는 시적 체험이 가득하였다. 현실의 경험 속에서 느끼는 자연이나 일상생활을 주제로 한 순수 서정시들은 매우 감동적이었다. 가슴속에 사랑을 품지 못했다면 결코 쓸 수 없는 작품들은 밝고 아름답고 따뜻했다.

 

이 지면에 소개되는 작품 <가는 길>에는 삶의 관조와 시인으로서의 자유가 분주한데 바람과 구름의 길은 내 자신에서 벗어나는 길이다. <빈 가슴에 생존을 풀어놓고/회한 없는 그 길을 엉키어진 매듭풀며/떨리는 진통의 벽을 허물며/나는 그 길을 걷고 있다.>와 같이 사람 세계에 살지만 사람이 아닌듯한 신선과도 같은 길이며, 나를 이끌고 나와 같이 가는 나의 길이다. 함께 길을 가면 즐거워지는 친구, 외롭고 쓸쓸해서 더욱 사랑스런 사람과 함께 바람의 길, 구름의 길을 가고 싶다. (최주식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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