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評·컬럼(column)

그리움/민기준

시인 최주식 2011. 12. 25. 21:41

 

그리움/민기준

 

하늘

끝없는 바다

널 집어삼킨다.

이기지 못해

안달하며

버둥거리며

울부짖지만

돌아오는 목소리

허공에서 빨아들이고

눈을 감으면

따뜻한 눈망울

뭉클해지는

살아있는 힘

한 점의 조각으로

떠날 수만 있다면

버림받고

팽겨 쳐지고

산산이

살점이 터져

핏방울

하늘·땅·바다를

덮을지라도

널 기다릴

말할 수 없는

하나 만을

남겨두고

그리움을

토해내야 한다.
------------------------

나뿐 아니라 누구나 보이지 않는 그리움 하나씩은 간직하고 있을 것이다. 사람 사는 일이란 생각하면 그리움을 쌓고 가꾸어 가는 것, 2011년을 보내면서 고마운 분에 대한 감사의 그리움, 한 해를 뒤돌아보는 성찰의 그리움, 자신을 살펴보는 지혜의 그리움, 돈이나 명예보다는 맑고 아름다운 삶의 향기와 정갈한 생각을 그리워하자, 그리워하고 싶어도 그리워 할 것 없음은 영혼이 얼마나 삭막할 것인가! 그리워 할 것 있으면 부지런히 그리워하자.

 

그리움, 기다림, 사랑같은 시어는 제재가 낡고 진부하다 여기는 독자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확실한 그리움, 확실한 기다림, 확실한 사랑을 갖고 있다면 독자에게 가장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이미지이기도 하다. 이 시의 그리움은 하늘 땅 바다를 덮어 씌웠다. 비록 화려한 그리움은 없을지라도 <눈을 감으면/따뜻한 눈망울/뭉클해지는/살아있는 힘/한 점의 조각으로/떠날 수만 있다면>과 같이 쉽고 담담하게 그리움을 풀어내고 있다. 이 시에 가득한 그리움을 "사람의 향기"라 말하고 싶다. (최주식 시인)

'詩評·컬럼(column)'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엄마의 도시락/곽기영  (0) 2012.01.09
2012년 1,2월호 편집후기  (0) 2012.01.05
인격 한 무더기/이용철  (0) 2011.12.21
가는 길/김길언  (0) 2011.12.07
짝사랑/백락영   (0) 2011.1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