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
오는 나비이네
그 등에 무엇일까
몰라 빈 집 마당켠
기운 한낮의 외로운 그늘 한 뼘일까
아기만 혼자 남아
먹다 흘린 밥알과 김칫국물
비어져나오는 울음일까
나오다 턱에 앞자락에 더께지는
땟국물 같은 울음일까
돌보는 이 없는 대낮을 지고 눈시린
적막 하나 지고
가는데, 대체
어디까지나 가나 나비
그 앞에 고요히
무릎 꿇고 싶은 날들 있었다
—김사인(1956~ )
불과 한 세대 전 우리들의 자화상이다. 저 풍경은 성스러운가 부끄러운가. 저 풍경은 역사에 넣어야 하나 외면해야 하나. 그 앞에 무릎 꿇고 싶은 사람. 오는 사월 초순에 만나고 싶다. ―시는 이런 방식으로 역사를 기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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