素饌(소찬)
오늘 나의 밥상에는
냉이국 한 그릇.
풋나물무침에
新苔(신태).
미나리김치.
투박한 보시기에 끓는 장찌개
실보다 가는 목숨이 타고난 福
걤(복록)을.
가난한 자의 盛饌(성찬)을.
默禱(묵도)를 드리고
젓가락을 잡으니
혀에 그득한
자연의 쓰고도 향깃한 것이여.
경건한 봄의 말씀의 맛이여.
—박목월(1916~1978)
밥상이 '그분의 말씀'인 시대로 돌아가야 한다. 말씀을 아무렇게나 버리는 시대여. 너무 큰 밥상 앞에서 가책을 느끼지 않는 자, 희망이 없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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