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 안쪽에서
들오리 떼 지나가고 한결 깊어진 강의 안쪽에서 푸른 갈댓잎 한 장, 비밀문서처럼 내 앞으로 천천히 흘러왔네 출렁이는 온 강물을 싣고, 그 알 수 없는 고요의 눈동자 반짝이면서 한칸 반 낚시대 끝을 가만히 흔들었네 그때, 별이, 아랫도리 다 벗은 아이 같은 저녁별이 떠서, 내 눈에는 보이지 않는 하늘길을 잠시 비추었네 누군가의 한 생이 물결처럼 환히 몸 뒤집었네
-전동균(1962~ )
우리 모두는 갈대 같은 배를 타고 강의 안쪽에서 바깥쪽을 지나고 아득한 저 별까지 가야 하는 존재들이니, 아옹다옹들 하지 말자. 배가 뒤집힌다. 그래도 다행이야. 별이 아직 어려서…. 우리보다 오래 우리를 지켜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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