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시내
마알가니 흐르는 시냇물에
발 벗고 찰방찰방 들어가 놀자
조약돌 흰 모래 발을 간질이고
잔등엔 햇볕이 따스도 하다
송사리 쫓는 마알간 물에
꽃 이파리 하나 둘 떠내려온다
어디서 복사꽃 피었나보다
-이원수(1911~1981)
봄은 언제나 아이들 차지였다. 늘 머리에 까치집을 짓고 사는 아이들에게 까치는 반가운 봄소식을 맨 먼저 물어다 주었다. 그러면 아이들은 물총새처럼 꽁지를 까불대고 재잘대며 봄 시내로 달려갔다. 찰방찰방 놀던 아이들의 맨발을 조약돌과 흰모래는 물고기 입처럼 살살 간질여주고, 햇볕은 엄마 손길처럼 잔등을 따사롭게 어루만져주었다.
이 동시를 읽으면 "시냇물은 졸졸졸졸 고기들은 왔다갔다 버들가지 한들한들 꾀꼬리는 꾀꼴꾀꼴" 하고 노래 부르며 송사리나 피라미를 쫓던 어린 시절의 추억이 또록또록 떠오른다. 잡아서 고무신짝에 담아두었다가 놓아주면 물고기가 고맙다고 꼬리치며 헤엄쳐 가던 은빛 물살은 얼마나 눈부셨던가. 그리고 머언 마을의 소녀가 띄워 보낸 종이배처럼 하나 둘 떠내려오던 복사꽃잎은 또 얼마나 가슴을 설레게 했던가. 올봄엔 모두들 시내를 찾아가 몸과 마음을 조약돌처럼 씻고, 손바닥에 어린 시절 첫사랑 같은 복사꽃잎 가득 담아오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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