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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 하나 덜려고, 동생들 학비 보태려고
식모살이며, 가발공장에, 방직기 앞으로 달려갔던
그때 누님들 어떻게들 지내시나, 무얼 하며 사시나
마주앉은 심청 하나는 어느 새 일흔
흘러넘치는 눈꺼풀이 시야를 다 가렸는데
사촌 누님은, 그래도 그때가 정겨웠다고
세상없이 씩씩했었다고,
독거가 인당수처럼 입 벌린
저 구부정한 안방 속으로
절뚝거리며 건너가야 할 남은 세월은, 어쩌자고!
정말이지 옛날의 끝순이 말숙이 이모들은, 후남이 종녀 고모들은 다 어디 계시나. 밥하고 물 긷고 동생들 차례로 업어 키워도 잘해야 살림 밑천에 대개는 천덕꾸러기 대접이던, ‘누님’들 어떻게 지내시나. 국졸의 학력으로 서울 부산 인천으로 떠나 ‘차장 아가씨’, 미싱 보조, 가발공장 여공으로 긴 세월 모질게 건넜겠지. 김경숙, 최순영도 그들 중 하나였겠지. 남동생은 진학을 하고 외양간엔 송아지가 들어앉고 한강엔 기적이 일어났는데, 그래서 일흔 살 누님은 그 시절이 정겹고 힘났다는데, 몸 던진 인당수에서 돌아와서는 또 인당수라니! 누님 덕에 까막눈 면한 아우들 어디 갔나. 누님 눈이 어두워지려 하는데, 눈뜬 장님들 다 어디 갔나. <이영광·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