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으로 읽는 詩

월요일/윤이현

시인 최주식 2012. 6. 10. 22:30

월요일/윤이현

 

화, 수, 목, 금, 토, 일
아무래도 어색해
월요일이 빠지니까.

언제고 첫 번째가 중요하거든.
'1'도 그렇고
'하나'도 그렇고
시작이
똑바른 게 좋은 거라구.

당당하게 앞으로 나서라고 해야지
'월요일'보고 말야.

―윤이현(1939~ )

어린 시절엔 '만날 일요일이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철없는 생각을 많이 했다. 월요일이 오면 달무리라도 잔뜩 낀 듯 마음이 찌뿌듯했다. 어른이 되어서도 월요일은 만원버스처럼 턱턱 숨 막히게 했다. 달력에서도, 내 마음속에서도 빼버리고 싶은 월요일이었다.

그러나 월요일이 빠지면? 아무래도 어색하고 허전하다. 알고 보면 월요일은 얼마나 중요하고 소중한 날인가. 1이 없으면 다음 숫자가 없듯이, 하나가 없으면 둘이 없듯이, 일주일이 시작되는 월요일이 없으면 어떻게 신나는 일요일이 있을까. 월요일을 똑바르게 시작하지 않으면 어떻게 금같이 소중한 금요일이 올까.

언제나 첫 번째 시작이 중요한 법이다. 과일도 좋은 결실을 맺으려면 첫 시작인 꽃이 튼실해야 한다. 그동안 살면서 아무런 준비 없이 덜컥 시작했다가 낭패 본 일이 얼마나 많았던가. 시작이 똑바른 게 좋다는 걸 뼈저리게 겪고 나서야 깨닫곤 했다. 빼버리고 싶고 피하고만 싶었던 월요일이지만, 이제는 내 마음의 달력에 월요일을 맨 앞에 넣고 어깨를 당당하게 펴고 일주일을 시작하리라. 시작은 언제나 당당해야 하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