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장
梧桐꽃 우러르면 함부로 怒한 일 뉘우쳐진다.
잊었던 무덤 생각난다.
검정 치마, 흰 저고리, 옆가르마, 젊어 죽은 鴻來 누이 생각도 난다.
梧桐꽃 우러르면 담장에 떠는 아슴한 대낮.
발등에 지는 더디고 느린 遠雷.
―박용래(1925~1980)
기러기 왔다가듯 너무 일찍 세상을 하직한 누이는 어쩌면 오동꽃으로 다시 왔을지 모른다. 이 오동나무, 혹 딸을 낳으면 심었다는 오래된, 아름다운 풍습대로의 그 나무는 아니었을까? 어느덧 꽃도 하나씩 발등에 떨어지고 심정에 쿵쿵 울리는 낙화(落花)는 안으로만 소리치는 우레다. 오동꽃이 지는 자리에서 천둥 같은 뉘우침을 얻는 자, 천국에 갔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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