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風磬)
뎅그렁 바람 따라
풍경이 웁니다.
그것은, 우리가 들을 수 있는 소리일 뿐,
아무도 그 마음속 깊은
적막을 알지 못합니다.
만등(卍燈)이 꺼진 산에 풍경이 웁니다.
비어서 오히려 넘치는 무상의 별빛.
아, 쇠도 혼자서 우는 아픔이 있나 봅니다.
―김제현(1939~ )
- /유재일
그런데 풍경 속에는 헤아리기 어려운 깊은 적막도 산다. 풍경이 수시로 제 가슴을 치며 가만가만 울음을 흘려보내는 것은 그 때문인 게다. 그래서 바람이 지나치면 바람을 불러 기울이게 하고, 구름이 뭉그적거리면 구름을 앉혀 '뎅그렁 뎅그렁' 일러주는 게다. 그렇듯 쇠도 혼자서 우는 아픔이라니, 산화(散花)의 통곡을 딛고 선 유월의 산하(山河)가 여기저기 아프게 스친다. 아직도 어딘가에 묻혀 있을 깊은 아픔들을 생각하며 풍경의 위무를 새긴다. 숙연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