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움 가득히―기타하라 하쿠슈
놀 푸른 얼룩무늬 그 아름다움
보드란 날개 가진 나비를
빼어난, 또 루비 같은, 오로지 하나의,
어깨에 별 그려진 나비를
억세게 그녀 손에 건네었건만
받지 않는 그녀기에 매차게 봤네
뜨거운 여름 볕의 가득 찬 미움
울지 않는 그녀기에 그 입술가에
파랗고 누런 지독스러운 가루
밉살스리 날개를 비벼대었네.
―기타하라 하쿠슈(北原白秋·1885~1942)
하지만 허망해라. 그 모든 그리움과 망설임과 용기가 한순간 날아갔으니 그 까닭은 '억세게 그녀 손에 건네'었던 탓일까? 그 '억세게'에서 그만 눈물이 날 지경이다. 억세지 않을 수 없는 심정을 왜 헤아릴 줄 모를까!
아름답던 무늬는 짓이겨져 그만 가루가 되고 말았다. 이런 아름다운 시로 복수받기 위해 '그녀'들은 꼭 '나비'를 받지 않는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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