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으로 읽는 詩

보고 싶다는 말/김완기

시인 최주식 2012. 7. 11. 22:15

 

보고 싶다는 말/김완기

 

시골 할머니께
가끔 전화하면
"먼 길에 오긴 뭘."

전화 끊고
가만히 눈감아 보니
보고 싶다는 할머니 맘이
그 말에 들려오지요

시골 할아버지께
가끔 전화하면
"전화면 됐지 오긴 뭘."

전화 끊고
머얼리 바라보니
보고 싶다는 할아버지 맘이
그 말에 담겨 있지요

 

―김완기(1938~ )

유재일

요즘 시골에 가면 외롭게 사는 할머니와 할아버지를 많이 볼 수 있다. 나이가 들수록 보고 싶고 그리운 사람이 많아지는 법이다. 외로운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기다리는 것은 그리운 가족의 목소리일 터이다. 특히 감꽃처럼 귀여운 손자 아이의 전화는 얼마나 반가우랴. 귀가 어두워져 전화기 말이 잘 안 들리지만 손자의 전화에 반색을 하며 기뻐할 것이다.

할머니께 '방학 때 시골 갈게요' 하고 전화하면 '먼 길에 오긴 뭘' 하고 말씀하신다. 할아버지께 전화하면 '전화면 됐지 오긴 뭘' 하고 말씀하신다. '오긴 뭘' 하는 말 속엔 '보고 싶다'는 간절한 그리움이 담겨 있다. 또한 '먼 길에 오기 힘들 텐데 오긴' 하는 말엔 손자를 생각하는 따스한 사랑의 마음이 담겨 있다. 전화를 끊고 눈 감으면 보고 싶어 하는 할머니 맘이 들려온다. 아마 할머니도 감나무 꽃에 눈길을 보내며 손자가 올 날을 손꼽아 기다릴 것이다. 할아버지도 손자의 눈망울을 닮은 송아지의 등을 쓰다듬으며 먼 산에 눈길을 보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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