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 워즈워스
- V. S. 나이폴 (2001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소설가)
세 사람의 거지가 미겔 스트리트에 있는 인심 좋은 가정을 매일 같은 시간에 찾아오곤 했다. 10경에 허리에 도우티를 두르고 흰 저고리를 입은 한 인도인이 찾아오면 우리는 그가 등에 짊어지고 다니는 자루에 한 깡통의 쌀을 부어주었다. 12시에는 진흙 파이프 담배를 피우는 노파가 와서 돈을 한 푼 받아 갔다. 2시가 되면 한 소년의 손을 잡은 장님이 와서 돈을 한 푼 구걸했다.
이따금 부랑자가 찾아오기도 했다. 어느 날 한 사내가 와서 배가 고프다고 말했다. 우리는 그에게 음식을 주었다. 그는 궐련도 한 개비 청했고 우리가 불을 붙여줄 때까지 가려고 하지 않았다. 그 사내는 다시 나타나지 않았다.
그중에서도 가장 이상한 방문객은 어느 날 오후 4시쯤 찾아왔다. 나는 마침 학교에서 돌아와서 실내복 차림으로 있었다. 그 사람은 내게 말했다.
“얘야. 내가 너희 집 마당에 들어가도 괜찮겠니?”
그는 키가 작은 사람으로 깔끔한 차림이었다. 그는 모자를 쓰고, 하얀 셔츠에 검은 바지를 입고 있었다.
나는 물었다. “뭣 때문에요?”
그가 말했다. “너의 집 벌들을 구경하고 싶구나.”
우리 집 마당에는 네그루의 열대아메리카 산 종려나무가 있었는데 거기에는 반갑잖은 벌들이 들끓고 있었다.
나는 계단을 올라가서 소리쳤다. “엄마, 여기 어떤 사람이 와서 벌들을 구경하고 싶어 해요.”
어머니가 나와서 그 사람을 바라보더니 퉁명스럽게 물었다. “뭘 하고 싶다고요?”
사내가 말했다. “아주머니 댁 벌들을 보고 싶습니다.”
그의 영어는 훌륭했지만 어쩐지 자연스럽게 들리지가 않았다. 그래서 내가 보기에 어머니는 불안해하고 있었다.
어머니가 내게 말했다. “여기 서서 저 사람이 벌들을 보는 동안 네가 지켜보고 있어야겠다.”
사내가 말했다. “감사합니다. 부인. 부인께서는 오늘 참으로 훌륭한 일을 하신 셈입니다.”
그는 마치 한마디 한마디에 돈이 들기라고 하는 것처럼 천천히 그리고 아주 정확하게 말했다.
그 사내와 나는 함께 종려나무 근처에 웅크리고 앉아서 한 시간쯤 벌들을 지켜보았다.
사내가 말했다. “나는 벌들을 보는 게 재미있단다. 얘야. 너도 벌들을 바라보는 게 즐겁니?”
내가 답했다. “그럴 시간이 있어야죠.”
그는 슬픈 듯이 머리를 살래살래 흔들면서 말했다. “내가 하는 일은 말이다. 그저 지켜 주는 일이란다. 며칠씩 개미를 관찰하기도 하지. 너 혹시 개미를 관찰해 본 적이 있니? 그리고 전갈이니 지네니 콩고리니 하는 것들을 혹시 지켜본 적이 있니?”
나는 머리를 저었다.
내가 말했다. “아저씨는 무얼 하는 분이세요?”
그는 일어서며 말했다. “나는 시인이야.”
내가 말했다. “훌륭한 시인이세요?”
그는 말했다. “이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시인이지.”
“서함을 어떻게 되세요. 아저씨?”
“B. 워즈워스야.”
“B 라니 혹시 빌이세요?”
“블랙이야. 블랙 워즈워스가 내 이름이야. 화이트 워즈워스는 내 동생 이름이고. 우리는 형제끼리 똑같은 감정을 가지고 있다고. 나는 나팔꽃 같은 미미한 꽃을 보고도 운단다.”
내가 말했다. “울기는 왜 우세요?”
“왜 우느냐고? 얘. 내가 왜 우느냐고? 너도 어른이 되면 알게 될 거다. 너 또한 시인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돼. 그런데 너도 시인이라면 모든 것을 보고 울게 된단다.”
나는 웃을 수가 없었다.
그가 말했다. “너. 네 어머니를 좋아하니?”
“내게 매질만 하지 않는다면 좋아하고말고요.”
그는 바지 뒷주머니에서 인쇄된 종이 한 장을 끄집어내더니 말했다. “이 종이에는 어머니들을 노래한 가장 위대한 시가 인쇄되어 있단다. 싸구려 값으로 네게 팔도록 하지. 4센트만 내려무나.”
나는 집 안으로 들어가서 말했다. “엄마 시 한 편을 4센트에 사시겠어요?”
어머니가 말했다. “그 미친 사람에게 우리 집 마당에서 썩 나가지 못하겠느냐고 해라. 알겠니?”
나는 B. 워즈워스에게 말했다. “어머니가 그러시는데 4센트가 없대요.”
B. 워즈워스가 말했다. “그게 바로 시인의 비극이야.”
그러고 나서 그는 그 종이를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그는 조금도 개의치 않는 듯했다.
내가 말했다. “그렇게 시를 팔고 다니시다니 참으로 이상하네요. 칼립소 가수들이나 그런 짓을 할 텐데요. 많은 사람들이 그 시를 사주나요?”
그는 말했다. “아지 한 사람도 사주지 않았어.”
“그렇다면 왜 이렇게 계속해서 돌아다니세요?”
그는 말했다. “이렇게 돌아다니면서 많은 것을 지켜볼 수가가 있지. 그리고 나는 늘 다른 시인들과 만나게 되길 바래.”
나는 말했다. “아저씨께서는 정말 나도 시인이라고 생각하세요?”
“너도 나만큼 시인이고말고.” 그가 말했다. 그러고 나서 B. 워즈워스가 떠났을 때 나는 그를 다시 만나게 되길 빌었다.
약 일주일이 지난 어느 날 오후, 나는 학교에서 돌아오다 미겔 스트리트 모퉁이에서 그를 만났다.
그가 말했다. “오랫동안 너를 기다리고 있었단다.”
나는 말했다. “시를 좀 파셨나요?”
그는 머리를 흔들었다.
그가 말했다. “우리 집 뜰에는 포트 오브 스페인에서 가장 훌륭한 망고나무가 있어. 그런데 그 망고가 익어서 붉어졌고 아주 달고 즙이 많아. 내가 여기서 널 기다리고 있는 것도 네게 이 사실을 알리고 너를 초대해서 우리 집 망고를 몇 개 먹게 해주기 위해서야.”
그는 알베르토 스트리트에 살고 있었다. 그가 사는 방 한 개짜리 오두막은 대지 한복판에 서 있었다. 마당은 온통 초록빛이었다. 그 큰 망고나무가 거기 서 있었다. 야자나무와 오얏나무도 한 그루씩 서 있었다. 그곳은 도시 한복판에서는 볼 수 없는 그런 야성적인 풍경을 이루고 있었다. 그 거리에 서 있는 큰 콘크리트 건물들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그의 말이 옳았다. 망고들은 달고 즙이 많았다. 나는 여섯 개쯤 먹었는데 노란 망고 즙이 내 팔을 따라 팔꿈치까지 흘러내리는가 하면 입에서 턱까지 흘러내리기도 하여 결국 내 셔츠가 더럽혀지고 말았다.
내가 집에 돌아오자 어머니가 말했다. “어디 갔다 오니? 이젠 네가 어른이라서 어느 곳이나 마음대로 돌아다닐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니? 가서 회초리를 하나 잘라 오너라.”
어머니는 내게 몹시 매질을 했다. 나는 집 밖으로 뛰어나가면서 다시는 집으로 돌아오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나는 B. 워즈워스의 집으로 갔다. 나는 몹시 화가 나 있었고 코에서는 피가 흐르고 있었다.
B. 워즈워스가 말했다. “울지 마라. 우리 함께 산보나 가자꾸나.”
나는 울음을 그쳤지만 숨이 가빴다. 우리는 산보하러 나갔다. 우리는 선트 클레어 거리를 따라 사바나로 갔으며 경마장까지 산책을 했다.
B. 워즈워스가 말했다. “이제 풀밭에 누워서 하늘이나 쳐다보자꾸나. 저 별들이 우리 세상에서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 생각해 보지 않겠니.”
나는 그가 시키는 대로 했다. 나는 그가 뜻하는 바를 알았다. 나는 내 존재가 아무것도 아님을 느꼈고, 동시에 전에 없이 자신을 아주 크고 위대한 존재라고 느끼기도 했다. 그러는 사이에 나는 그 모든 분노랑 눈물이랑 얻어맞은 일 따위를 잊어버리고 말았다.
이제 기분이 좋아졌다고 말하자 그는 내게 별들의 이름을 말해주기 시작했다. 나는 사냥꾼 오리온자리의 이름을 특별히 기억하고 있었는데 지금까지도 그 이유를 모른다. 나는 지금도 오리온자리만은 알아맞힐 수 있지만 그 나머지 것들은 모두 잊어버리고 말았다.
그때 회중전등 불빛이 우리 얼굴을 비쳤다. 한 경찰관의 모습이 보였다. 우리는 풀밭에서 일어섰다.
경관이 말했다. “여기서 무엇을 하고 있는 거요?”
B. 워즈워스가 말했다. “나는 지난 사십 년간 바로 그것을 내 자신에게 묻고 있었지요.”
B. 워즈워스와 나는 이리하여 서로 친구가 되었다. 그는 내게 말했다. “너. 누구에게도 나에 관한 이야기랑 망고나무, 야자나무, 오얏나무에 대한 이야기를 해서는 안 된다. 그런 것을 비밀로 생각하고 있어야 해. 만약에 내가 누구에게든 그런 것을 이야기하면 내가 대번에 알게 돼. 왜냐면 나는 시인이니까.”
나는 비밀을 지키겠다는 약속을 했고 또 그 약속을 깨지 않았다.
나는 그의 작은 방이 마음에 들었다. 그 방에는 조지의 앞방과 마찬가지로 가구가 없었지만 훨씬 더 깨끗했고 건강에 좋아 보였다. 그러나 그 방 또한 쓸쓸해 보였다.
어느 날 나는 그에게 물었다. “워즈워스 씨, 왜 뜰에다 이런 수풀을 두고 계세요? 수풀이 있으면 뜰이 축축해질 텐데요?”
그는 말했다. “얘야. 네게 이야기를 하나 해줄 테니 들어보렴. 옛날 옛적에 한 소년과 한 소녀가 만나서 서로 사랑을 하게 되었어. 그들은 서로 무척 좋아했기 때문에 결혼을 하게 되었지. 두 사람 다 시인이었어. 그는 언어를 사랑했고 그녀는 풀과 꽃과 나무를 사랑했대. 그들은 어느 단칸방에서 행복하게 살고 있었는데 어느 날 그 소녀 시인이 소년 시인에게 말했어. ‘우리 집에 또 하나의 시인이 생기게 되었어요.’ 그러나 그 시인은 태어나지 못하고 말았어. 소녀 시인이 죽어버린 거야. 소녀 시인의 뱃속에 들어있던 어린 시인도 따라 죽은 거지. 그래서 이 소녀의 남편은 아주 슬펐어. 그는 이 소녀가 살던 집의 정원에 있는 것들 아무것에도 손대지 않겠다고 말했어. 그래서 그 정원의 나무들은 원래의 모습대로 남아 있게 되었고 높다랗게 야성적으로 자라게 되었지.”
나는 B. 워즈워스를 바라보았다. 그가 내가 이 아름다운 이야기를 해주고 있을 때 그는 점점 더 늙어 보였다. 나는 그의 이야기를 이해할 수 있었다.
우리는 함께 긴 산책을 나가곤 했다. 우리는 식물원이니 암석공원이니 하는 곳에 가보았다. 우리는 오후 늦게 챈슬러 언덕에 올라가서 포트 오브 스페인에 어둠이 내리는 광경이라든가 시내의 건물이나 부두의 선박에 등불이 켜지는 광경을 지켜보았다.
그는 무슨 일을 하든지 마치 그 일을 평생 처음 하듯이 했다. 그는 모든 일을 마치 교회의 의식을 행하듯 했다.
그는 내게 말하곤 했다. “자 이제 아이스크림이나 좀 먹어볼까?”
그리고 내가 좋다고 대답하면 그는 아주 심각한 어조로 이렇게 말하곤 했다. “자, 그러면 어떤 카페에 가서 팔아줄까?” 그는 그것이 아주 중요한 일인 것처럼 말하고 있었다. 그는 그런 문제를 놓고 잠시 동안 생각해 본 후에 드디어 말하곤 했다. “저 가게 주인하고 협상해보아야겠는 걸.”
그 후로 이 세상은 내게 가장 흥미진진한 곳이 되었다.
어느 날 내가 그의 뜰에 있을 때 그는 내게 말했다.
“내게 아주 굉장한 비밀이 하나 있는데 이제 그걸 네게 말해 주겠다.”
내가 말했다. “그거 진짜 비밀이에요?”
“바로 이 순간에야 그렇고말고.”
나는 그를 쳐다보았고 그는 나를 바라보았다. 그는 말했다.
“이건 너와 나만 아는 비밀이라는 걸 알아야 해. 나는 지금 시를 쓰고 있어.”
“오.” 나는 실망했다.
그가 말했다. “하지만 내가 쓰는 시는 그 종류가 아주 달라요. 이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시니까.”
나는 휘파람을 휘익 불었다.
그는 말했다. “내가 그 시를 쓰기 시작한 지가 벌써 오년이 지났어. 앞으로 약 이십이 년이 지나면 그 시가 완성될 거야. 현재 쓰고 있는 식으로 써나가면 그때쯤 완성될 거라는 뜻이지.”
“그렇다면 아저씨께서는 많은 시를 지금 쓰고 계시겠네요?”
그가 말했다. “요즘은 그렇게 하지 못해. 한 달에 한 줄씩 쓸 뿐이야. 하지만 그것이 훌륭한 한 줄의 시가 되도록 노력하고 있어.”
나는 물었다. “지난달에 쓰신 그 한 줄의 시는 어떤 것이었나요?”
그는 하늘을 쳐다보면서 말했다. “ ‘과거는 심오하다’ 하는 구절이지.”
내가 말했다. “그 참 아름다운 구절이네요.”
B. 워즈워스가 말했다. “나는 한 달 내내 경험한 내용을 순화하여 한 줄의 시가 되게 한다고. 그러니까 앞으로 이십이 년이면 모든 인류를 상대로 노래할 한 편의 시가 완성될 거야.”
나는 온통 경이로움을 느꼈다.
우리의 산책을 계속되었다. 어느 날 우리는 도크에 있는 방파제를 따라 걷고 있었다. 내가 말했다. “워즈워스 씨, 만약 내가 이 핀을 물에 떨어뜨리면 이게 물 위에 뜰 것 같아요?”
그가 말했다. “ 이 세상은 이상한 곳이지. 그 핀을 떨어 뜨려 보렴. 그러고 나서 어떻게 되나 보자꾸나.”
핀은 가라앉았다.
내가 말했다. “이 달에 쓰실 시는 어떻게 되었나요?”
하지만 그는 내개 더 이상 어떤 시구도 말해 주지 않았다. 그는 그저 이렇게 말했을 뿐이었다. “오, 그것 말이니, 쓰여지게 될 거야. 쓰여지게 된다고.”
또 더러 우리는 방파제에 앉아서 기선들이 항구로 들어오는 것을 지켜보기도 했다.
그러나 그가 쓰겠다던 세계에서 가장 위대하다는 시에 대해서 나는 더 이상 듣지 못했다.
나는 그가 점점 더 늙어가고 있다고 생각했다.
“워즈워스 씨, 어떻게 사세요?” 어느 날 나는 그에게 물었다.
“돈을 어떻게 버느냔 말이니?” 그가 말했다.
내가 고개를 끄덕이지 그는 정직하지 못한 투로 웃었다.
그는 말했다. “칼립소 철이 되면 칼립소 노래를 부르지.”
“그렇게 해서 번 돈이 일 년 내내 사는데 충분한가요?”
“충분해.”
“하지만 그 가장 위대하다는 시를 완성하시면 아저씨께서는 이 세상에서 가장 부유한 분이 되시겠네요?”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어느 날 내가 그의 작은 집으로 그를 찾아갔을 때 나는 그가 작은 침대에 누워 있는 것을 보았다. 그가 하도 늙고 하도 병약해 보였기 때문에 나는 울고 싶어졌다.
그가 말했다. “시가 잘 쓰여지지가 않는 걸.”
그는 나를 보고 있지 않았다. 그는 창밖으로 야자나무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마치 내가 거기 있지 않은 것처럼 말을 하고 있었다. 그는 말했다. “내가 스무 살이었을 때는 몸속의 힘을 느낄 수가 있었는데.” 그때 내 눈앞에서 그의 얼굴이 더 늙어가고 더 피로해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는 말했다. “하지만 그것도, 그것도 오래전 이야기야.”
그리고 바로 그때, 내게는 어떤 예리한 느낌이 들었다. 그것은 마치 내가 어머니로부터 찰싹 얻어맞을 때와 같은 기분이었다. 나는 그의 얼굴에서 늙고 피로한 기색을 뚜렷이 찾아볼 수 있었다. 누구나 그 기색을 그의 얼굴에서 볼 수가 있었다. 쭈그러들고 있는 얼굴에 감도는 죽음의 기색이었다.
그는 나를 바라보았다. 그는 내 눈물을 보고 일어나 앉았다.
그가 말했다. “이리 온.” 나는 가서 그의 무릎에 앉았다.
그는 내 눈을 들여다보면서 말했다. “오, 너도 그것을 볼 수 있구나. 나는 늘 네가 시인의 눈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어.”
그는 슬퍼 보이지도 않았다. 그런데 바로 그 점이 나로 하여금 엉엉 울음을 터뜨리게 했다.
그는 나를 그의 가냘픈 가슴으로 끌어당긴 후에 말했다.
“너 우스운 이야기를 하나 들어보련?” 그는 내 기분을 돌리기 위해 미소를 지었다.
그러나 나는 아무 대답도 할 수 없었다.
그가 말했다. “내가 이 이야기를 마치거든 너는 돌아가서 다시는 나를 찾아오지 않겠다고 약속하기 바란다. 약속하겠니?”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말했다. “좋다. 그렇다면 들어봐. 소년 시인과 소녀 시인에 대해서 네게 들려준 그 이야기 말이야. 너 그걸 아직도 기억하고 있니? 그 이야기는 진실이 아니었어. 그건 내가 꾸며낸 이야기였거든. 또 시라든지 이 세상에서 가장 위대하다는 시에 대해 내가 지껄인 말 또한 모두 진실이 아니었어. 그거야말로 내가 들어본 이야기 중에서도 가장 우스꽝스러운 이야기가 아니었니?”
그러나 그는 목이 메기 시작했다.
나는 그 집을 나왔고, 내가 본 모든 것이 너무 서러워 시인처럼 울면서 집으로 달려갔다.
나는 일 년 뒤로 알베르트 거리를 따라 걸어보았지만 시인의 집은 흔적조차 찾아볼 수가 없었다. 그 집은 그냥 사라져버린 것이 아니었다. 사람들은 그 집을 허물어뜨렸고 그 자리에는 커다란 이층집이 서 있었다. 망고나무니 오얏나무니 야자나무 하는 것들은 모두 벌목되어 버렸고 어디서나 벽돌 및 콘크리트 따위밖에 볼 수가 없었다.
B. 워즈워스라는 사람이 마치 이 세상에 살았던 적이 없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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