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운문사에서 박수민
오래된 풍문처럼 밤새 폭설이 내리면
극락전 솔가지는 그리움에 늘어지고
대숲에 바람 드는 소리 하얗게 쌓였다
묵언에 드는 길은 아득히 멀다마는
어둠을 밟아 오르던 저 단아한 예불소리
문 밖에 기대어 서서 미륵 되어 보았다
마음에 때가 끼어 앉힐 수가 없었을까
가부좌 튼 자세로는 벽을 허물 순 없었다
고요에 몸을 맡기면 조금은 알 것 같은데
단층 끝 소리물고기 절간 바람을 흔들 뿐
햇살에 순은이 되는 숲길을 간직한 채
아무도 밟지 않는 길 발자국 하나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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