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詩그리고詩/1,000詩필사

오후 3시 / 이태순

시인 최주식 2012. 8. 10. 22:10

오후 3시 이태순

벌개미취 흐드러진 간이역쯤 와 있다
흠집 나고 닳아진 나무의자 앞에서
내 모습 참 많이 닮아 편안함이 배어든다

흙 묻은 발을 털며 앉아볼까 생각하다
방금 보낸 이별이, 너무 아플 것 같아
쓸쓸히 머금고 있는 물기를 닦아 준다

내겐 아직 식지 않은, 오후 3시가 기다리고
떫은 물 삭힌 홍시 발갛게 익을 때까지
밝혀 둘 가슴 한켠으로 남몰래 비워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