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3시 이태순
벌개미취 흐드러진 간이역쯤 와 있다
흠집 나고 닳아진 나무의자 앞에서
내 모습 참 많이 닮아 편안함이 배어든다
흙 묻은 발을 털며 앉아볼까 생각하다
방금 보낸 이별이, 너무 아플 것 같아
쓸쓸히 머금고 있는 물기를 닦아 준다
내겐 아직 식지 않은, 오후 3시가 기다리고
떫은 물 삭힌 홍시 발갛게 익을 때까지
밝혀 둘 가슴 한켠으로 남몰래 비워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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