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는 시동을 끄지 않는다 정경미
빵부스러기를 끌고 가는 개미
개미 가는 길을 신발로 가로막지 마라
끓어질 듯 가는 허리에 손가락을 얹지 마라
죽을 때까지 시동을 끄지 않는
개미 한 마리가 손등으로 오른다
언젠가 허리띠를 졸라매던 아버지
바짝 마른 허기가 만져질 것이다
아버지가 털털거리는 생선 트럭을 끌고
돌무지 비탈길을 누비고 다녔다
생선 상자 위로 쏟아지는 땡볕
신경질적으로 바퀴를 두드리는 돌덩이들
왕왕거리는 메가폰 소리를 뚫으며
식식거리며 아버지는 나아가고 있었다
거친 시동이 꺼지지 않기를 바라면서
괜찮아, 내 허리띠를 붙잡아라
그날도 아버지는 덜컹거리며 나아가고 있었다
손등에 오른 개미를 가만히 내려놓는 당신
개미 앞길에 놓인 돌멩이를 치워준다
멀어져 가는 아버지,
당신의 눈 속으로 기어든 개미가
시동을 건다 여섯 개의 다리가 붕붕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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