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詩그리고詩/1,000詩필사

멜순 /강윤미

시인 최주식 2012. 8. 10. 22:12

멜순 /강윤미

 

길섶 가시덤불 속에서
용케도 멜순을 찾아내시는 어머니

재잘거리는 내 눈이 서운할까
마주치시는 것도 잊지 않고
말에 간간이 추임새를 넣어주면서도
그녀의 등허리는 보이지 않는 그것을 향해 있다

두 눈 부릅뜨고 그녀의 눈길을 따라가 보지만,
내 눈에는 엉킨 실타래같은
가시덩굴 뿐

선밀 나물은 나를 피해 요리조리 숨어 있다가
어머니가 부르면 얼른 달려와 다소곳이 앉는다
그 부름으로 환해지는 산보길
멜순도 허겁지겁 봄을 불러와 꽃을 피운다

내 입에서 나오는 선밀 나물과 어머니의 멜순
길바닥에서 엉켜 뒹구는 그 말들을 모아
어머니는 버무리신다
데쳐도 향기는 손끝에 남고,

어머니 몸엔 멜순향 나는 파스가 숨어 있다

**멜순: 선밀나물의 제주도 방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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