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미란 - 문인수(1945~ )
장미란 뭉툭한 찰나다.
다시는 불러 모을 수 없는 힘, 이마가 부었다.
하늘은 이때 징이다. 이 파장을 나는 향기라 부른다. 장미란,
가장 깊은 땅심을 악물고,
악물고 빨아들인 질긴, 긴 소리다. 소리의 꼭대기에다 울컥, 토한
한 뭉텅이 겹겹 파안이다. 그
목구멍 넘어가는 궁륭,
궁륭 아래 깜깜한 바닥이다.
장미란!
어마어마하게 웅크린 아름다운 뿌리가,
움트는 몸이 만발,
밀어올린 직후가 붉다.
이 시는 쉽다. 꽃을 사람으로 읽으면. 나는 그렇게 읽고 싶다. 이 시는 아름답다. 꽃이 사람으로, 사람이 꽃으로 바뀌는 과정에서 아무것도 손상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힘과 기술이 하나가 되는 전심전력의 순간에 뿜어져 나오는 기의 파장은 장미향이고, 깊고 질긴 기합 끝에 솟아나는 일그러진 얼굴은 바로 장미의 꽃이다. 이 둘을 밀어올린 육중한 뿌리가 아름다움의 원천이라는 것. “밀어올린 직후”의 직후는 내려놓음이 아닐까. 모든 역도선수는 현명하다. 한계 이상의 무게를 들어올리고도 언제나 깨끗이, 버릴 줄 안다. 귀하고 중한 것도 늘 지고 다니면 노역이 된다. 장미는 베이징에서도 고양에서도 피었고, 이제 런던에서도 불끈 피어날 것이다. 그녀는 꽃을 밀어올리듯 체급 없는 신기록을 또 들어올릴 것이다. 그러고는 조금도 아까워하지 않고 텅! 내려놓을 것이다. 그것이 절정을 오래 지속시키는 방법이니까. <이영광·시인>
'詩가 있는 아침' 카테고리의 다른 글
수선화 - 월리엄 워즈워스 (0) | 2012.11.25 |
---|---|
맛있는 밥 - 박성우 (0) | 2012.09.19 |
믿음에 대하여 - 최문자(1941~ ) (0) | 2012.08.10 |
반성 16 - 김영승 (0) | 2012.08.10 |
가을의 소원/안도현 (0) | 2012.08.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