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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선화 - 월리엄 워즈워스(1770~1850)
골짜기와 산 위에 높이 떠도는
구름처럼
홀로 거닐다가 보았네,
한 무리의 황금빛 수선화를.
호숫가 나무 아래
산들바람에 일렁이며 춤추는 꽃무리를.
빛나는 별처럼 흩어져
은하수로 빛나며
끝없이 연이어 피어 있었네.
물가를 따라
수천만 꽃송이가 눈앞에 펼쳐졌네.
흥겨운 춤사위 속에 모가지를 흔들었네.
물결도 그 곁에서 춤추었으나, 꽃들은
환희 속에서
반짝이는 물결을 타고 넘었네.
시인이 어찌 기쁘지 않으랴,
이런 즐거운 벗들과 함께.
보고 또 보았지만, 미처 몰랐네
내가 본 그것이 가져다준 보배로움을.
때로는 가만히 수심에 잠겨
길게 눕노라면
고독의 축복,
마음의 눈에 그것은 비쳐오네.
그때 내 마음 기쁨에 넘쳐
그 수선화들과 더불어 춤추네.
워즈워스는 우리에게 낭만주의의 족장이다. 그에게 시는 즉각적인 감흥을 그 순간에 읊어내는 것은 아니라, 그것이 가라앉은 뒤 잔잔한 회상 속에서 빚어지는 것이다. 1~2연은 과거형이고, 4연은 현재형이다. 3연에 그 전환이 있다. 고독한 회상 속에서 내면의 눈에 비친 것의 언어적 현현이 시라고 할까. 자연과의 교감과 그로부터 얻는 평안, 그리고 도시적 삶과 피로 속에서 그에 대한 고요한 회상과 질서화. 거기에는 ‘반추’라는 동적 행위가 불가결하다. (장철문·시인·순천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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