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래 너는 여자/강은교
햇빛이 ‘바리움’처럼 쏟아지는 한낮, 한 여자가 빨래를 널고 있다, 그 여자는 위험스레 지붕 끝을 걷고 있다, 러닝셔츠를 탁탁 털어 허공에 쓰윽 문대기도 한다, 여기서 보니 허공과 그 여자는 무척 가까워 보인다, 그 여자의 일생이 달려와 거기 담요 옆에 펄럭인다, 그 여자가 웃는다, 그 여자의 웃음이 허공을 건너 햇빛을 건너 빨래통에 담겨있는 우리의 살에 스며든다, 어물거리는 바람, 어물거리는 구름들,
그 여자는 이제 아기 원피스를 넌다. 무용수처럼 발끝을 곧추세워 서서 허공에 탁탁 털어 빨랫줄에 건다. 아기의 울음소리가 멀리서 들려온다. 그 여자의 무용은 끝났다. 그 여자는 뛰어간다. 구름을 들고.
----------------------------------------------- 이 시는 햇빛이 쏟아지는 대낮에 한 여자가 빨래를 널고 있는 풍경을 묘사하고 있다. 이 묘사가 가리키는 바는 여자의 행복이다. 빨래는 세속의 때를 깨끗하게 씻어낸다는 상징적 의미를 띤다. 그리고 지붕 위에서 빨래를 너는 행위는 하늘이 표상하는 신성한 세계에 닿으려고 하는 욕망을 상징한다. 햇빛이 쏟아지는 시간과 빨래를 너는 행위가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면서 행복의 의미를 깨닫게 한다.
감태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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