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집 앞 / 장석주
아마 官妓로 산다는 것,
그 遊樂의 나날이
늘 즐겁지만은 않았을 거야.
왜 안 그랬겠어. 답답한 날도 있겠지.
한 날은 점집을 찾았는데,
점집 대문 앞 살구나무가
분홍꽃구름을 이고 서 있네.
점집으로 발 들여놓지 못한 채
분홍꽃구름 아래 얼음기둥으로 서 있는데,
취한 듯
취한 듯
취한 듯
내 속의 관기가 미쳐 홀연히 미쳐서는
금생에서는 한 번도 해보지 않은 몸짓으로
춤을 추는 것이네.
―장석주(1954~ )
- 유재일
우습지만 나도 '그 집'을 찾은 적이 있다. 운명을 점친다는데 어찌 궁금하지 않겠는가. 결론은 싱거웠다. '그게 네 인생이야….' 이 기생 아가씨 민망함에 점집 앞에서 망설이다가 만발한 살구나무에 문득 깨우치는 바 있었으니 점집에 들어서지 않아도 되겠다.
지금 나를 사랑하는 것, 지금 나의 불행까지를 껴안고 사랑하는 것, 그것이 선(善)이고 그것이 운명이라고 세상의 시인은 노래하고 무당도 그렇게 얘기해 줄 것이다. 시 속 관기(官妓)의 저 '타고난' 새 춤사위를 보라! 춤꾼의 아픔은 춤으로 극복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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