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詩그리고詩/1,000詩필사

여자/양애경

시인 최주식 2012. 12. 26. 21:19

여자/양애경

 

양잿물로 삶아

햇볕에 잘 말린 란닝구처럼

하얗고 보송한 여자

 

가슴팍에 코를 묻으면

햇빛 냄새가 나는 여자

머리칼에 빰을 대면

바람 냄새가 나는 여자

잘 웃는 여자

 

낡은 메리야스처럼

주변 습기를 금방 흡수해

쥐어짜기만 하면 물이 흐르는 여자

잘 우는 여자

 

편서풍에 날아간 여자

빠른 시냇물에 둥둥 떠 급히 흘러간 여자

 

오래 입고 여러 번 빨아 얇아진

그 여자

 

지금 어디?

 

 

        『애지』2012년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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