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아무것도 없는 11월/문태준
눕고 선 잎잎이 차가운 기운뿐
저녁 지나 나는 밤의 잎에 앉아 있었고
나의 11월은 그 아무것도 없는 초라한 무덤에 불과하고
오로지 풀벌레 소리여
여러번 말해다오
실 잣는 이의 마음을
지금은 이슬의 시간이 서리의 시간으로 옮아가는 때
지금은 아직 이 세계가 큰 풀잎 한장의 탄력에 앉아 있는 때
내 낱잎의 몸에서 붉은 실을 뽑아
풀벌레여, 나를 다시 짜다오
너에게는 단 한 타래의 실을 옮겨 감을 시간만 남아 있으니
시집 『먼 곳』 창비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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