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 똥 / 정원도
약수터 길모퉁이 풀섶에
강아지 똥 몇 덩이 가만히 모셔져 있다
강아지를 사랑할 줄 모르는 여인들이
약수터로 강아지 데리고 산책 나왔다가
멀쩡한 강아지 허물만 회수해 가고
이쁜 그 속은 내버리고 간 것을
시퍼런 풀들이 온몸으로 이슬 적시며
고이 모시는 중인데
강아지를 사랑한다는 것은
버려진 똥까지 사랑할 줄 알아야 하는 줄 모른 채
똥은 팽개치고
허물의 달콤한 온기만을 껴안고 가는 것은
다 사랑이 아니다
사랑은
하찮은 똥도 귀하게 봉지에 모시고 가면서
그 냄새의 역한 부정마저
고이고이 기꺼이 감수하는 일이다
1985년 <시인> 등단. 시집 - 그리운 흙. 귀두라미 생포 작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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