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리지(蓮理枝) / 정끝별
너를 따라 묻히고 싶어
백 년이고 천 년이고
열 길 땅속에 들 한 길 사람 속에 들어
너를 따라 들어
외롭던 꼬리뼈와 어깨뼈에서
흰 꽃가루가 피어날 즈음이면
말갛게 일어나 너를 위해
한 아궁이를 지펴 밥 냄새를 피우고
그물은 달빛 한 동이에 삼베옷을 빨고
한 종지 치자 향으로 몸단장을 하고
살을 벗은 네 왼팔뼈를 베게 삼아
아직 따뜻한 네 그림자를 이불 삼아
백 년이고 천 년이고
오래된 잠을 자고 싶어
남아도는 네 슬픔과 내 슬픔이
한 그루 된
연리지 첫 움으로 피어날 때까지
그렇게 한없이 누워
-시집『삼천갑자 복사빛』(민음사,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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