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리지連理枝 / 김해자
開心寺 오르는 길
마음의 허물 뒤집어쓴 채 洗心洞 막 지나는데
백주대낮에 소나무 두 그루 얽혀 있다
한 놈이 한 놈의 허벅지에 다리를 척 걸친 채
한몸이 되어 있다 가만히 보니 결가부좌를 튼
부처 같기도 한데 육감적인 아랫도리 위에서
어쨌거나 잔가지들은 열락의 기지개 맘껏 켜고 있다
오른 가지는 왼편으로 왼 가지는 오른편으로
우향좌, 좌향우, 전 방향으로 팔을 뻗고 있다
허공 가득 시방 그득 푸른 탄성 내지르고 잇다
다리가 하나뿐인 나무처럼 모자란 이 몸이
개심을 하는 길은 먼저 몸을 열어야 한다는 것을
내 안에 갇혀 어두운 내가 밝아지는 길은
하나인 내가 다른 하나의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는 것을
둘이면서 하나이고 하나이면서 둘인 木佛이
앞서 열어 보이고 있다
-시집『축제』(애지시선 016.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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