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혼 이혼 / 정해영
흙먼지를 흠뻑 뒤집어쓰고 실핏줄 같은 오지의 산길까지 따라 다니던 여행 가방이 미끈하게 뻗은 도시의 길 한 복판에서 툭 벌어졌다 저장 식품처럼 갇힌 울분이 팽창하여 터져 버린 것이다 악취가 나는 못 볼 것들이 쏟아져 나왔다 수십 년을 동행했던 허름한 가방 지퍼의 한쪽이 다른 길을 택한 것이다 낡은 부부가 두 쪽으로 나눠진다 함께 물들인 저녁놀 좍 찢어진다 - 월간 현대시, 2010년 6월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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