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詩그리고詩/한국사랑詩

부부/함민복

시인 최주식 2013. 1. 17. 21:00

부부/함민복

 

 

긴 상이 있다

한 아름에 잡히지 않아 같이 들어야 한다

좁은 문이 나타나면

한 사람은 등을 앞으로 하고 걸어야 한다

뒤로 걷는 사람은 앞으로 걷는 사람을 읽으며

걸음을 옮겨야 한다

잠시 허리를 펴거나 굽힐 때

서로 높이를 조절해야 한다

다 온 것 같다고

먼저 탕 하고 상을 내려놓아서도 안 된다

걸음의 속도도 맞추어야 한다

한 발

또 한 발

           —함민복 시집 『말랑말랑한 힘』(문학세계사, 2005)

 

 

함민복

충북 중원 출생. 1988년 『세계의문학』으로 등단. 시집 『우울씨의 일일』,  『자본주의의 약속』,  『모든 경계에는 꽃이 핀다』,  『말랑말랑한 힘』. 산문집  『눈물은 왜 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