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묘(省墓) / 장윤우 (성신여대명예교수.시인)
아픈 겨울을 떨칠 수 없어
산으로 향한다
경기도 화성(華城)
망망한 서해(西海)를 옆구리에 끼는 장전리
시화호를 내려보는 야트막한 산
동생들을 데리고
先山 골짜기를 오른다
거기 고요히 잠드신
부친과 모친의 숨결을 찾는다
하늘은 적막(寂寞)한 구름으로 눕고
술병을 꺼내서 영전(靈前)에 올린다
생전에 포도주쯤으로도 족하시던
양친(兩親)앞에 두 번 절을 올릴 때
머언 갯바닥으로는 얼어터지는 얼음소리
솔가지를 태워 밥물을 올린다
눈은 차츰 큰 덩이로 날리고
바람마져 숨죽인 우리 가족의 선산(先山)
논밭, 도랑과 잔가지 위로
가림없이 넉넉한하루
눈은 왜 이런 때 슬픈 것인가
서해기지(基地)에 가까움인지
고공(高空)을 때리는
비행편대(編隊)의 폭음(爆音)이 간혈적으로 울릴 뿐,
햇골 솔가지는 이리도 아픈 몸짓인지
눈은 더 희게 쌓이고
구정(舊正)이 힘들어 이날에 모였으나
두분은 어데로 나시는가
하산길 눈밭을 따라 밟으니
귀로(歸路)의 걸음은 무겁기만 하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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