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詩그리고詩/한국명시

성묘(省墓) / 장윤우 (성신여대명예교수.시인)

시인 최주식 2013. 4. 3. 23:49

성묘(省墓) / 장윤우 (성신여대명예교수.시인)


아픈 겨울을 떨칠 수 없어

산으로 향한다

경기도 화성(華城)

망망한 서해(西海)를 옆구리에 끼는 장전리

시화호를 내려보는 야트막한 산

동생들을 데리고

先山 골짜기를 오른다

거기 고요히 잠드신

부친과 모친의 숨결을 찾는다


하늘은 적막(寂寞)한 구름으로 눕고

술병을 꺼내서 영전(靈前)에 올린다

생전에 포도주쯤으로도 족하시던

양친(兩親)앞에 두 번 절을 올릴 때

머언 갯바닥으로는 얼어터지는 얼음소리


솔가지를 태워 밥물을 올린다

눈은 차츰 큰 덩이로 날리고

바람마져 숨죽인 우리 가족의 선산(先山)

논밭, 도랑과 잔가지 위로

가림없이 넉넉한하루

눈은 왜 이런 때 슬픈 것인가

서해기지(基地)에 가까움인지

고공(高空)을 때리는

비행편대(編隊)의 폭음(爆音)이 간혈적으로 울릴 뿐,

햇골 솔가지는 이리도 아픈 몸짓인지

눈은 더 희게 쌓이고


구정(舊正)이 힘들어 이날에 모였으나

두분은 어데로 나시는가

하산길 눈밭을 따라 밟으니

귀로(歸路)의 걸음은 무겁기만 하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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