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가 있는 아침

사랑이란 죽은 이도 거의 소생시킬 수 있는 것- 에밀리 디킨슨(1830~ )

시인 최주식 2013. 11. 10. 21:36

사랑이란 죽은 이도
거의 소생시킬 수 있는 것 - 에밀리 디킨슨(1830~ ), 강은교 번역

사랑이란 죽은 이도 거의 소생시킬 수 있는 것
난 생각하지, 그것마저
이 거인으로부터 멀리할 수 있을지
육체가 만일 동등하다면.
허나 사랑이란 피곤해지면 잠자야 하는 것
또 굶주리면 먹어야 하는 것
하여 반짝이는 사랑의 함대를 부추기는 것
보이지 않을 때까지.

사랑에 유효기간이 있다고들 하죠. 유효, 그리고 기간. 암수한몸을 흉내 내기 바쁜 연인이 지금 곁에 있다면 네가 사랑을 알아? 마치 자신들의 핑크빛 미래에 먹물을 푼 장본인이 나라도 되는 양 드잡이라도 한판 뜨자 했을 겁니다. 그 열혈이 그 몽매가 매번 사랑에게 질 수밖에 없는 사람만의 아킬레스건은 아닐까요. 사랑을 위해서라면 일단 먹어야 합니다. 사랑을 위해서라면 일단 자야 합니다. 당신이 안녕하지 못한다면 사랑은 병이지 다정일 수 없는 거니까요. 불경기에 온갖 가게들 셔터 내려도 밥집이랑 모텔 늘어나는 것 좀 보세요. 세상에나, 멀리 ‘떡집’이라는 간판 있어 쑥떡 사 먹을 요량이었다가 아차, 그 떡이 그 떡이 아니구나 친구랑 쑥떡거리며 지나치던 기억. 사랑 가지고 몸보신도 정도껏이 있거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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