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꽃
순 허드레로 몸이 아픈 날
볕바른 데마다
에돌다가
에돌다가
빈 그릇 부시듯 피는 꽃
―오태환(1960~ )
볕바른(좋은) 데를 찾아다니며 쪼그려 앉아 그리운 이들을 불러본다. 어머니, 이마 푸른 시절의 그녀들, 혹 마음을 저리게 했던 누군가도 있었을까? 그렇게 '에돌다'보면 그들 얼굴이 하나씩 나타날 테니 그 눈동자를 바라보며 함께 눈이 젖고 나면 비로소 마음 위에 한 송이 꽃이 피어나리라. 그것은 청신하게 씻어 올려놓은 백자 사발 같은 꽃이리라.
서양말을 끌어 써서 유감이지만 '힐링'이 유행어다. 그것은 '빈 그릇 부시듯 피는 꽃(마음)'의 발견이다.
- 장석남 시인·한양여대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