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우젓
새우젓의 새우 두 눈알
까맣게 맑아
하이얀 몸통에 바알간 꼬리
옛 어느 하루 맑게 돋아나게 하네
달밤이면 흰 새우, 그믐밤이면 붉은 새우
그게 새우잡이라고 배운 안산 사리포구
멀리 맑게 보이네
세상의 어떤 눈알보다도 까매서
무색한 죽음
지금은 사라진 사리포구
삶에 질려 아득히 하늘만 바라보던
사람의 까만 두 눈
옛 어느 하루 맑게 돋아나네
그게 사랑의 뜻이라고 하네
―윤후명(1946~ )
오랜만에 올라온 밥상 변두리의 새우젓, 가만 보니 새까만 눈알들이 명징하다. 그 눈빛이 한꺼번에 옛 하루로 나를 이끈다. 지금은 사라진 '사리포구'. 새우젓이 많이 나던 고장인데 그 시절 '삶에 질려 아득히 하늘만 바라보던' '까만 두 눈'이 기억 속에서 '돋아 나오는' 것이다.
육신은 죽고, 죽어 썩어도 결코 죽지 않고 썩지 않는 것이 있으니 그것은 사랑의 눈동자라고, 사랑은 그런 뜻이라고, 아득한 한순간이 빛난다. 하찮기 그지없는 새우젓이라는 소찬(素饌)에서 발견한 영원이 투명하다.
- 장석남·시인·한양여대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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