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도서관
허공에 매화가 왔다
그리고 산수유가 왔다
목련이 왔다
그것들은 어떤 표정도 없이
가만히 떠서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고개를 쭈욱 빼고 내려다보았다
그저 말없이 내려다보기만 하다가
매화가 먼저 가고
목련이 가고
산수유가 갔다
—고영민(1968~ )
도서관에 사람만 다니는 것은 아니다. 거기 매화가, 산수유가, 목련이 다닌다는 걸 시인이 아니면 누가 눈치나 채겠는가. 사람들은 책을 읽겠으나 그 ‘우주의 시민들’은 거기 온 사람들을 읽는다. 가만히, ‘고개를 쭈욱 빼고’ 내려다본다. ‘그저 말없이 내려다’본다. 그 눈빛, 참으로 처음 보는 지혜와 ‘맑음’의 그것이다.
국립중앙도서관에 책만 보러 가겠는가. 매화를, 산수유를, 목련을 읽으러 가지 않겠는가. 또한 그 꽃들이 읽어주는 지혜를 앞섶을 펼쳐서 받으러 가지 않겠는가. 공짜다! 매화, 산수유 가기 전에!
- 장석남·시인·한양여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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