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동시 당선작 - 엄마 마음/김정수
엄마 마음 / 김정수
지각할까 허둥지둥 나가는데
현관 앞에서 불러 세우는 우리 엄마
퉁퉁거리는 나를 붙잡고
한참을 놓아주지 않아요.
외투를 매만지며 툭툭
목도리를 다시 여며주며 툭툭
장갑 낀 손도 쓸어보며 툭툭
바지 단 밑 신발 끈까지 잡아보며 툭툭
잠시 뒤로 한 걸음 물러나
빠르게 내 몸을 쭈-욱 살피더니
마지막으로 내 엉덩이를 툭툭
그제야 출발신호 받은 말처럼 풀려났어요.
학교로 달려가는 내내
쌩쌩 바람이
외투와 목도리를 벗기려 괴롭혀도
난 조금도 춥지 않았어요.
그제야 알았어요.
툭툭, 엄마 손길이 닿은 곳마다
엄마는 오래도록 식지 않는
손난로를 붙여놓았다는 걸요.
[당선소감]
"아동문학이란 줄넘기, 망설임 없이
넘을거예요"
어릴 적 줄넘기 놀이가 생각납니다.
두툼한 줄이 땅을 거칠게 때렸습니다. 줄을 꽉 움켜잡은 손
들은 고집스러웠습니다. 난 공기를 찢고 땅을 가르는 파열
음이, 불끈불끈 위협하는 줄잡은 손의 근육들이 정말 두려
웠습니다. 그렇다고 물러나 구경만 하기는 싫었습니다. 친
구들은 성큼, 잘도 뛰어들었습니다. 게다가 '꼬마야 꼬마
야'란 노래를 완벽하게 마치고 사뿐하게 빠져나가 박수까지
받는 친구들도 있었습니다. 그런 친구들은 또다시 나의 뒤
를 압박해왔고 그 틈에서 난 내 차례가 오지 않기를 바랐습
니다. 하지만 어김없이 찾아온 나의 차례. 난 두 눈을 꼭 감
고 온몸의 근육을 쥐어짜 주춤주춤 들어섰지만 매번 거칠고
딱딱한 줄에 얻어맞아야 했습니다. 설레고 즐거운 줄넘기
놀이가 내게는 늘 불안이고 두려움이었습니다.
다섯 번째 도전에서야 불안과 두려움에서 벗어날 수 있는
줄의 리듬이 눈에 들어오는 듯합니다. 이젠 아동문학이란
줄넘기 앞에서 주춤거리지 않을 작정입니다.
문학의 길로 이끈 김옥림 선생님 감사드립니다. "게으름과
무지는 새로운 것에 대한 최대의 적이다"란 말씀 새기겠습
니다. 남편 서용석, 딸 유진, 아들 지원, 늘 응원해줘서 고마
워! 덜컹거리는 길 나란히 걸어준 문우 정가람, 존재 자체만
으로 채찍이 되어준 현대수필 문우님들 감사합니다. 마지막
으로 심사위원 선생님, 좋은 글로 보답드리겠습니다.
▲1970년 충남 당진 출생
▲2006년 현대수필 등단. 김옥림 글쓰기교실
[심사평]
절묘한 의성어 구사… 생동감 있고 자
연스러워
응모작들은 예년 수준을 유지하고 있었지만 참신함과 새로
움이라는 면에서 아쉬움이 남았다. 누구나 다 아는 상식적
인 내용을 장황하게 산문적으로 풀어 쓴 작품이 많았다. 그
리고 과거의 동심이 아니라 현재 아이들의 정서와 감각과
생활을 참신한 시적 표현에 담아내기를 바란다.
최종적으로 서담, 최정희, 박은실, 문신, 김정수의 작품을 검
토하였다. 서담의 '마당이 넓어졌다'는 작품에 담겨 있는 생
각이 동시답게 산뜻했다. 그런데 함께 보낸 작품의 기복이
심해서 미덥지 않았다. 최정희의 '나무 도서관'은 동화적 발
상과 활달한 상상력이 눈길을 끌었으나 기성 동시에서 흔히
보았던 발상이었다. 박은실의 '겨울나기'는 잔잔한 시상 속
에 뜨개질 털실처럼 훈훈한 동심을 담았다. 그러나 이미 많
이 다루어진 소재와 주제여서 새로움이 없었다. 문신이 보
내온 작품은 모두 일정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서 시적 역
량에 신뢰가 갔다. 그러나 동일한 소재의 반복이라서 단조
로웠고 '별못'은 아름다운 상상과 시적 재치가 번뜩였으나
작위적인 면이 흠이었다. 김정수의 '엄마 마음'은 아이를 세
심한 데까지 알뜰살뜰 보살피는 엄마 마음을 실감 나게 그
렸다. 의성어의 절묘한 구사와 생동감 있는 리듬감이 돋보
이고 시상의 흐름이 억지스럽지 않고 자연스러웠다. 엄마의
사랑을 손난로에 비유한 것도 참신했다. 자연스러운 시상의
전개와 참신한 비유가 조화를 이루어 깔끔하고 산뜻하게 완
결된 작품이어서 당선작으로 결정했다.
(심사위원 : 이준관)
'♣ 詩그리고詩 > 한국동시, 동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14년 강원일보 신춘문예 동시 당선작 - 쑥떡 / 서지희 (0) | 2014.02.01 |
---|---|
2014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동시 당선작 (0) | 2014.02.01 |
2014년 경상일보 신춘문예 동시 당선작- 나, 소금이야/양예준 (0) | 2014.02.01 |
2012년 조선일보 [동시 당선작] 철이네 우편함 - 김영두 (0) | 2012.02.20 |
2012 매일신문 신춘문예 당선작 / 동시…아버지의 지게 (0) | 2012.01.04 |